30대가 되어 여행을 안 가는 이유

맛집을 왜 갈까? 여행을 왜 갈까? 술을 왜 마실까? 친구들가 왜 놀까? 그냥 그게 가장 좋기 때문이다. 가치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가치관, 주관적인 단어

이 가치란 단어는 참으로 주관적이다. 사람마다 신봉하는 가치가 다르고, 동일한 인물이더라도 어떤 시기냐에 따라 또 신봉하는 가치가 다르다.

20살 때는 미친듯이 취하고 노는 것이 가치있는 것이라 여겼다. 버려지는 시간? 신경쓰지 않는다. 취해서 기억을 잃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친구들과 혹은 이성과 시간을 보냈다는 그 사실 하나에 집중한다.

방학 때는 또 여행가야지. 여행 많이 갔다. 왜 갔냐고 물으면 ‘그냥 주위 애들 다 가니까…그것 말고 딱히 할 게 없어서’ 하지만 이런 이유 대면 없어보이잖아?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같은 이유를 붙였다. 실제로 여행을 갔다고 인생이 바뀐 적은 없었다. 사진이 좀 남았지.

30대가 되며 바뀐 가치관

이렇게 딩가딩가 놀던 나도 술 마시는 횟수가 줄었고, 여행도 적게 간다. 왜 그럴까? 뻔하다. 여행과 술보다 현실적인 것들 더 가치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행을 갔다오는 것 좋지. 하지만 그 쉬는 기간 동안 쌓인 업무는 누가 해결해주지 않는다. 여행 갔다온 후 내가 해결해야될 문제다. 부담이다.

여행으로 소비되는 돈도 걱정이다. 이제는 여행에 그 돈을 쓰는 것보다 결혼비용에 보태는 것, 집 사는 것에 보태는 것, 차 사는 것에 보태는 것을 더 가치있게 여긴다.

여행가서 사진 몇 장 더 남길래? 아니면 돈 더 모아서 집에 이쁜 소파 놔두고 더 좋은 입지로 이사가고 더 좋은 차 살래? 진짜 곰곰이 생각해보니 후자가 더 낫겠더라.

현실적이 되는 것은 불쌍한거다?

누군가는 나이먹으니 포기하는 게 많아져서 불쌍하다고 여긴다. 근데 늘 기회비용은 있었다. 20대 때 여행가고 술마시면서 포기한 ‘수많은 기회’들은 안 아깝니? 막말로 과거로 돌아가면 모두가 주식, 아파트, 비트코인 살거라고 얘기하잖아. 이런 것들 말고도 내 진로를 탐색할 기회, 공부할 기회, 어떤 분야의 실력을 늘릴 기회도 많다. 하지만 나는 놀면서 그 많은 기회들을 갖다 버린거야.

나이 먹으면서 현실적으로 변해 불쌍하다고 여길 필요가 없다. 그저 소중히 여기는 것이 바뀐 것이다. 가치관이 바뀐 것이다. 30대도 얼마든지 여행 가려면 갈 수 있고 미친 듯이 놀고 싶으면 놀아도 된다. 20대 가치관 유지하기만 하면 돼.

하지만 나는 그 가치관 유지했을 때 찾아올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임. 오히려 불쌍했던 시기는 쓸모없이 시간만 낭비했던 내 20대다. 왜 그런 것들을 가치있다고 여겼을까? 미리 준비했다면 현재 더 가치있으면서도 여유롭게 살았을텐데 말이야.

가치관은 미래 지향적으로 가져야한다

이렇게 나이들며 가치관이 변하다보니 갖게된 생각이 있다. 가치관은 미래 지향적으로 가져야한다. 미래에도 가치있다고 생각할만한 것을 추구해야한다.

과거 사진 한 장을 정말 소중히 여기며, 낭만적이라 생각한 적 있다. 여행의 경험이 내 인생을 바꿔줄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빠니보틀, 곽튜브 같은 여행 유튜버가 아닌 이상 여행 때 찍은 사진, 여행 기록들은 내 인생을 바꿔주지 않는다. 내 경험들은 나에게만 가치가 있을 뿐 남들에게 가치가 없다. 돈으로 환산이 안 된다. 빠니보틀 같은 여행 유튜버들에게 여행은 즐기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돈벌이 수단이다. 하지만 내게 여행은 그저 즐기는 수단일 뿐이다. 즐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나는 빠니보틀이 아니다. 나는 돈이 필요하다.

우리는 살면서 꽤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인생의 꽤 많은 시간은 돈으로 환산될만한 경험을 쌓아야한다. 필요한 돈을 쌓고 여행을 즐기는 것이 더 나은 선택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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