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WWDC23에서 애플이 발표한 애플 비전프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머리에 쓰는 컴퓨터,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을 때려박은 느낌이다. 메타(구 페이스북)가 만들어내지 못했던 VR 가상 현실에 관한 유행은 어저면 애플의 비전프로를 시작으로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이런 긍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님. 아직 애플 비전프로로 할만한 가상 생태계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애플 비전프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점을 갖는 해외 칼럼이 있어 정리해본다.
목차
비전 프로는 우리 모두가 컴퓨터 속에서 살기를 바라는 느낌이다
애플이 수년간의 준비 끝에 공개한 애플 비전프로는 TV를 머리에 묶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애플은 이 개념을 공간 컴퓨팅이라고 부르는데, 일부러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의 단어인 VR과 메타버스 같은 단어를 피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단어죠.
애플 비전프로를 발표할 당시 전반부는 이 헤드셋이 다른 헤드셋들처럼 이질적이고 고립감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는 이 헤드셋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설명했었죠.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현실과의 단절, 고립감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사람들이 고려하지 못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군요.
또한 디자인 적으로 고글과 비슷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반투명한 디스플레이로 만들어 외부에서 내부 사용자의 눈을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디스플레이가 사용자의 눈 움직임을 감지하여 외부에 보여주는 것일 뿐이지만요.
애플 비전 프로의 휴대성 한계
이런 인간화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발표는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전부 코로나로 단절된 가정을 연상시킵니다. 전부 고독히 혼자서 사용합니다. 애플 비전프로를 집 밖에서 사용하는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애플 또한 집 내부에서만 사용하도록 의도한 것 같구요.
스마트폰의 성공 이유가 휴대성이라면, 애플 비전프로는 기존 큰 컴퓨터와 비교했을 때 전혀 휴대성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여행갈 때 이걸 과연 챙겨갈까요?
삶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
휴대성을 제외하고도 근본적인 의문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정말 훌륭해요. 이 새로운 기기 인터페이스를 보고 놀랄 정도로요. 손가락을 화면 앞에 대지 않고도 방 안 어디서든지 손가락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그런 인생을 원하는 걸까요?
현실에서 생기있는 잔디를 만지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인생, 가상 아바타와 함께 방 안에서 혼자 컴퓨터 고글을 쓰는 인생…어떤 인생을 더 살고 싶나요? 과연 인류가 바라는 밝은 미래는 전자일까요 후자일까요?
우리 대부분은 친구들과 함께 TV로 큰 경기를 보려 하고, 다같이 큰 모니터로 게임을 하며 소통합니다. 친구들끼리 모여 전부 이 고글을 쓰고 있는 모습은 정말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왜 서로 가까이에 있는데 고글을 쓰며 소통해야하나요?
애플은 이 제품의 주요 사용자가 고립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두 아이의 즐거운 시간을 보는 아빠의 모습은 단절과 외로움을 연상시킵니다.
궁극적으로 애플이 출시하길 원하는 제품
물론 제가 나이들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10년 20년 후에 일반 안경처럼 보이고 느껴지는 초경량 컴퓨터 고글이 나오기위해 거쳐야할 중간 단계인 것도 알고 있죠.
우리는 주머니에 언제든지 넣고 다닐 수 있고, 필요할 때 몇 초 동안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나머지 99%의 시간에는 우리가 실제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AR, 공간컴퓨팅 기능을 원합니다. 이것이 애플의 궁극적인 목표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 경험이 나오기 전까지는 TV를 머리에 쓰고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무려 3500달러를 주면서 말이죠. 물론 공짜라면 사용해보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설 것입니다. 놀라운 기술이니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