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이유는 까먹는데 싫어한다는 느낌은 남더라

사람들이랑 술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어떤 사람은 정말 술에 안 취할 정도로 재밌다. 웃기다는 것이 아닌 흥미롭고 유익하다. 반면 어떤 사람은 그냥 화가 난다. 말도 중간중간 끊고, 도대체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유익하지 않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면, 후자의 사람과는 점점 술자리를 갖기 싫다는 느낌이 든다. 대화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하면 못한다. 왜냐면 내가 그 이유를 금방 까먹기 때문이다.

예시

얼마 전 어떤 아이와 약속 파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갑자기 내게 질문을 던지더라. ‘나한테 화난 것 있지?’

갑작스러웠고 아무런 생각이 안 났다. 왜냐하면 화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최근 교류나눈 적 거의 없는데 화날 일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약속 파토냈다고 화냈잖아’라고 말하는 순간 떠올랐다.

아 맞다. 나 그 때 화났었지

싫어하는 이유는 까먹는데 싫어한다는 느낌은 남더라

이런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 내가 생각보다 화났던 일, 화났던 이유에 대해 잘 까먹는다. 아마 스트레스 때문에 사람이 비효율적이 되어서 본능적으로 잊어버리는 것일 수 있다. 기억하기 싫으니 그냥 까먹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 생긴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은 없어지지 않더라. 조금씩 나쁜 인상이 쌓여. 점점 나에 대해 덜 말하게 되고, 대화는 짧아져. 이 때문에 더 멀어져.

이런 순환이 반복되다가 상대방이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한다. 이유를 까먹었으니까. 이유는 까먹고 느낌만 남았으니까. 정말 왜일까?? 나도 궁금해진다.

화나면 곧바로 말해야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거야.

?? : 화나면 곧바로 말해야지. 쌓아두니 그렇게 악순환이 되지.

내 대답 : 이미 말 했는데 안 먹혀서 이런 순환에 빠진 것이라고 생각은 안 하니? 난 악순환이라고 안 봐. 어찌보면 내게 유익한 순환이거든.

꼭 모두와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을까. 내가 그 정도로 에너지가 넘칠까? 시간이 많을까? 이런 질문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난 시간이 많지 않으니 유익한 애들이랑 잘 지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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