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정대만이 포기의 의미를 깨달았을 때

2005년 슬램덩크 캐릭터 투표 2위, 2008년 야후 재팬 캐릭터 투표 1위 정대만. 그만큼 인기있는 슬램덩크의 정대만. 만화가 끝난 후 인기가 더 올라간 캐릭터다. 그렇다면 왜 정대만은 만화가 끝난 후에 인기가 더 올라갔을까?

정대만의 탄생

슬램덩크는 원래 초창기에 인기가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 일본 만화에서 인기 있는 학원 폭력 에피소드를 넣어 반전을 노렸는데, 이 때 농구부와 대립한 뒤 사라질 운명이었던 캐릭터가 정대만이었다.

그 증거로 정대만이 농구부에 쳐들어왔을 때 권준호가 이름을 부르지 않고, ‘이봐’라고만 한다. 원래는 양호열이 이들을 물리치는데 도움을 준 후, 5번째 멤버가 될 뻔 했다. 하지만 정대만의 과거 이야기가 큰 반향을 얻으면서 노선을 바꿨다고 함.

정대만의 인기 이유

  • 왜 정대만은 인기가 많은걸까?
  • 왜 세월이 지날수록 더 인기가 많아지는 걸까?

정대만의 과거

정대만은 중학교 때 평범한 팀을 이끌고 MVP를 쟁취했었다. 당대 명선수였던 윤대협, 이정환, 서태웅도 MVP란 이야기가 없었으니 정대만은 정말 대단한 실력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대단한 선수니 해남, 능남 등의 강호고가 그를 특대생으로 맞이하려 했지만, 안 선생님에 대한 보답을 위해 농구가 강하지 않은 북산을 골랐다.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학교 경기에서, 안 선생님의 한 마디에 용기를 얻었고 그 시합에서 MVP를 얻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시합을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는 순간 시합은 끝나는 거야

안 선생님

이 말은 정대만의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들며 정대만의 인생을 결정지었다. 하지만 정대만에게 왼쪽 무릎 부상이라는 비극이 찾아왔다. 당시엔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정대만이 빠른 복귀를 위해 무리하며 증상이 더 악화되어버림.

이후 정대만은 농구를 포기하였다가 송태섭과의 다툼으로 농구부를 쳐들어간다. 그러나 백호군단의 활약으로 무너지고, 대만이는 처절하게 반항한다. 그 때 나타난 안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무너지며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는 대사를 날린다.

이 과정을 통해 북산의 마지막 스타팅 멤버로 합류하지만, 이 때부터 정대만의 고난은 시작된다. 그는 과거의 시련을 뛰어넘는 혹독한 시련에 시달려야 했다.

정대만의 고뇌

슬램 덩크는 소년들의 성장을 다룬 만화다. 5명은 각자의 시련을 극복해나가며 성장해간다. 하지만 정대만은 과제의 모습과 성장의 형태가 다른 4명과 다르다. 다른 4명은 성장하는 선수지만, 정대만은 이미 완성된 선수였다.

정대만은 과거 안선생님에 대한 보답을 위해 농구가 약한 북산으로 입학했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었는데, 자기 정도의 사람이면 이 정도 팀도 우승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 몫했다.

정대만은 안 선생님의 포기 명언을 들으며 MVP를 쟁취했지만, 정작 대만이는 그 말의 속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인생에서 시련을 헤쳐나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 작은 성공을 바탕으로 삶을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
  •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지 않은 선택을 피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다 잘 해야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갓 입학한 대만이같이 실패 한 번 안 해본 사람은 그 쓴 맛을 모르는 경우가 많음. 그래서 위기에 약하다.

정대만이 이 케이스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 위기를 만든 것이 자기 자신이었음. 보통 무릎을 다치면 의사의 말을 착실히 따르며 회복을 최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의사의 말을 잘 지키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대만이는 농구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 그래서 자기 정도의 천재라면 이 정도의 부상따위 금방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음. 농구의 성공 경험을 다른 사례에 대입하는 오판을 저질렀다.

선택의 결과

대만이에게는 2가지 불안요소가 있다.

  • 안 선생님 : 은혜를 갚기 위해 농구부 입학했으니 결과를 꼭 보여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음
  • 채치수 : 자기에 비해 한참 서툴지만 큰 키와 덩치가 주는 저력이 보임. 농구를 멈추고 채치수를 보니 성장의 모습을 볼 수 있음. 안 선생님이 정대만말고 채치수를 의지하는 것을 깨달음

농구밖에 몰랐던 정대만, 그는 농구 외의 길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이 상상했던 미래와 다르게 농구부에서 본인이 활약할 길은 없었다. 농구밖에 모르는 정대만이 농구를 못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 순간 정대만은 농구를 포기해버렸다. 정대만이라는 선수는 나약한 정신력, 풍부한 감수성으로 인해 스스로를 무너뜨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은 한 번도 무너지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뛰어난 환경, 재능, 운이 갖춰져야 가능함. 하지만 그런 사람은 존재할리 없기에 우리는 항상 자신의 그림자가 보내는 차가운 시선과 싸우고 있다.

  • 그 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여기서 좋은 방법은 과거의 흔적은 그대로 두고 현재를 바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말과 달리 쉬운 것은 아니다. 그 기억은 우리를 계속 맴돌며 항상 괴롭힌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는 순간 삶은 더 힘들어짐. 정신력이 약할수록 감수성이 풍부할수록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을 없애고 싶어하지만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과거의 상처도 나를 이루는 한 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선택을 떠올리며 살아가야하고, 그런 기억과의 싸움에서 이겨나갸아한다.

정대만의 과제

북산에 스타팅 멤버들은 다른 형태로 성장하는 만큼 각자의 서사도 다르다. 나머지 네 명의 이야기가 자신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정대만은 반대로 정점에서 추락한 자신을 내려다보는 자신의 그림자와 싸워야한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당장 정대만은 체력과 몸을 만들 수 없다. 정대만은 무려 2년간이나 방황하며 훈련을 하지 않았기에 체력과 몸이 그만큼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천재적인 센스와 감각은 남아있지만, 이를 받쳐줄 육제와 체력이 없다.

그래서 정대만은 고뇌한다

난 왜 그렇게 헛된 시간을 보냈나…

정대만

정대만이라는 명선수의 다리를 잡는 것은 공백이 만든 현재의 자신, 과거의 흔적이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 약한 정식, 포기로 인해 얻은 댓가. 실수로 인해 무너진 자신을 자신의 그림자가 내려다보는 경험은 우리 모두가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대만에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정대만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이유도 있음.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고 상처를 딛고 일어서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포기하면 시합 종료’라는 말의 숨은 뜻을 이해한다.

정대만은 방황시절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도 담배를 피지 않았다. 그리고 유급을 하지 않았다는데서 알 수 있듯 출석도 잘했다. 전부 선수 선발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포기하면 그 순간 시합 종료다.

농구를 아예 포기하지 않았기에 송태섭도 눈에 밟혔을 것임. 술, 담배, 여자 등을 멀리하며 최소한의 운동을 해왔기에 다시 농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대만의 각성

안 선생님이 한 말은 ‘지금 이 시합만 포기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떠한 순간이 오더라도 인생이란 시합을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포기하는 순간 너의 인생, 너의 미래는 끝난다라는 ‘우리의 인생을 수놓는 명징한 진리, 철학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대만은 이 말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농구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자신이 될 수 있었던 선수들, 거울들을 보면서 과거를 후회하고,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싸움을 해야했다.

다행히도 정대만은 성장했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안선생님은 시합을 보며 정대만은 과거의 대만이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본인의 고1 시절 체력과 기술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쉽게 흔들리던 나약한 정신과 결별하고 정신적으로 강해졌단 뜻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어쩔 수 없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허약한 체력도 이젠 어쩔 수 없다. 다른 선수들이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것에 메달리기보다 지금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정대만은 안 선생님의 진의를 알아챘고, 안 선생님은 그런 정대만을 보며 성장했다고 느낀 것이다.

좀 늦었을 지도 모른다. 지나간 시간은 어쩔 수 없다. 나아가는 것 외에 길은 없다. 정대만은 깨달았다. 자신이 해야할 일은 기대에 보답하거나 추격당하며 초조해하는 것, 비참한 과거를 보며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저 포기하지 않고 농구를 하는 것,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것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도 알고 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과거의 실수를 되새기며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대만의 슛을 보고 환호할 수 있었고, 그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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