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유명한 맛집을 찾는 심리

친구들과 다 같이 여행 계획을 짜기 위해 대화를 하다가 이상한 문장을 봤다.

우리 비싼 것 먹으러 가자

먹으러 가자는 것은 음식을 먹으러 가자는 것일텐데, 왜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비싼 음식이란 수식어가 나올까? 왜 우리는 하이엔드, 프리미엄같은 단어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에 대해 생각을 해본 결과 이러한 생각이 든다.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직관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격과 같은 숫자, 인지도와 같은 명성에 집착하는 것이다. 즉, 비싸면 맛있는 것 혹은 티비에 나왔다면 맛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맛 없는 음식점에 걸릴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인데, 단 한 번의 실패조차 용납하기 싫은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왜 가격에 집착하는가?

숫자는 정도의 차이를 알기 직관적이다. A(50kg)과 B(100kg) 중 어떤 것이 얼마나 무겁나요? B가 50kg만큼 더 무겁습니다. 혹은 2배 더 무겁습니다. 이 문장을 보기만 해도 얼마나 무거운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마음이 편하다. 그만큼 숫자는 사회에서 비교하는 데 아주 적합하다.

하지만 맛이란 것은 비교가 정말 어렵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한 자리에서 먹을 때는 ‘뭐가 더 맛있다’라고 표현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상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같은 평가를 내릴 거란 보장이 없다. 심지어 내 맛의 평가를 다른 시간 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일반인 선에서는 고작해야 ‘진짜 맛있다’라는 평가 정도가 있는 듯.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를 묘사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가격이라 생각한다.

  • 2만원 짜리 음식이 만원 짜리 음식보다 더 맛있다.
  • 5만원 짜리 음식이 2만원 짜리 음식보다 더 맛있다.
  • 10만원, 20만원짜리 음식이 5만원 짜리 음식보다 더 맛있다.

흘끗 봤을 때 위 세 문장은 분명 끄덕일만한 문장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맛과 가격이 무슨 상관이지?’ 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비싼 재료를 사용할 수록 더 맛있다고 느낄 확률이 높지만, 재료만 음식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재료비는 평균 34.3%만 차지한다. 인건비(실력), 임대료, 시설비도 있고, 무엇보다 해당 가게의 수요가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한 마디로 인기있는 프로에 나왔을 경우 손님이 몰려들어 가격을 인상하기 쉽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비싼 것은 ‘내가 느끼기에 맛있는 음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 비싼 재료를 사용한 음식
  • 땅값이 비싼 음식점의 음식
  • 인건비가 비싼 나라의 음식
  • 인테리어에 투자를 많이 한 음식점의 음식
  • 인기가 많은 음식점의 음식

을 보장한다. 그렇지만 비교에 용이한 숫자라는 점 때문에, 우리는 10만원짜리 음식이 2만원짜리 음식보다 5배 맛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실상은 2배 맛있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왜 인지도에 집착하는가?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다.

맛있으니까 인기가 많아지고, 유튜브나 티비에도 나오는 것이지. 그러다보니 비싸진 것이고.

인지도를 믿는 사람의 심리

맞다. 맞는 말이다. 그런 식으로 유명해지고 비싸진 음식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티비에 나온 맛집, 유튜브에 나온 맛집은 돈 주고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는 더 이상 생방송 투데이 나왔다고 하여 그 맛집을 찾아가지 않는다. 그 이면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생방송 투데이에서 유튜브로 방식이 옮겨갔을 뿐이다.

게다가 그것이 비싼 음식점을 꼭 가야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아직 덜 유명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점이 많다. 음식점이 얼마나 많은데? 웨이팅까지 하고 사람 북적이는 곳에서 끝없이 눌리는 벨에 정신없는 직원들. 음식은 괜찮겠지만 그만한 시간과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덜 유명하면서도 맛있는 곳은 직원이 덜 바쁘기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상대적으로 쉽다. 음식 주문이 밀리지 않기 때문에 급박하게 조리할 가능성이 낮다. 그러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기대할 수 있다. 수요가 폭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인기 많은 곳을 가서 자랑하고 싶다 혹은 서비스가 좋은 곳 혹은 분위기가 좋은 곳을 가고 싶다고 말하면 비싼 곳을 가고자 하는 마음이 이해된다. 인건비와 시설비가 장난 아니거든. 고기 구워주는 것도 인건비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며 비싼 곳을 추구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세상에는 합리적인 가격과 수요이면서도 맛있는 곳 많다. 좀만 찾아보면 나온다. 그게 귀찮아서 당장 유명하고 비싼 맛집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돈이 많지 않은 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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