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파산 리스크와 주가 영향 알아둬야할 3가지

예금자보호의 필요성 오건영

오랜만에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님이 삼프로에 출연하였다. 이번에도 1시간에 걸쳐 전반적인 매크로 상황과 우려할만한 리스크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 중 미국 상업은행이 현재 가진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짚어주셔서 정리해본다.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때 미 연준은 예금 전액 보호와 BTFP 미국국채담보대출을 빠르게 하면서 뱅크런의 불안감을 종식시켰다. 하지만 앞으로도 미국 지방은행은 몇 개 더 파산할 수 있다는 것이 오건영 팀장님의 관점이다.

→ SVB의 파산 되돌아보기

실리콘밸리 은행의 예금과 대출 운용 비중을 보면 예금 1730억, 대출 750억정도다. 은행은 보통 단기로 예금을 받아 장기로 대출을 주며 이자로 장사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SVB의 주 고객은 양적완화로 돈이 많았던 IT 기업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남는 돈을 예금만할 뿐 대출은 전혀 받지 않았다. 돈 필요하면 차라리 투자를 받았음.

그러다보니 SVB는 예금자들에게 이자만 줄 뿐 대출수익을 낼 수 없었다.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던 SVB는 어떻게든 돈을 굴리고자 국채와 MBS 증권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들이 투자한 때는 미국의 0% 금리 시절, 즉 채권 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절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한다.

호황 시절에는 예금을 맡길 뿐 아무도 찾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불황이 올 것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결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였고, 돈이 필요해진 예금자들은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증권 투자로 당장 현금이 부족했던 SVB는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헐값에 국채를 팔아야했고, 이는 국채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알다시피 누가 물량을 대량으로 던지면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 가격은 더 떨어지고 공포에 질린 매수자는 사라져서 매도는 더욱 안 된다. 이런 상황이 SNS로 퍼지며 뱅크런을 우려한 많은 사람들이 인출을 시도했고 결국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 SVB가 국채를 헐값에 팔아야 했던 상황이 문제

만약 SVB가 국채를 헐값에 팔아도 되지 않았다면 충분한 현금 마련으로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SVB가 국채를 헐값에 팔아야했을까? 사람들이 뱅크런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왜 뱅크런을 두려워했는가?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는 금액이 예금으로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그래프를 봐보자

→ 미국 은행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점

1975년 이후 미국 상업은행의 예금과 대출 추이다. 초반에는 예금과 대출의 갭이 크지 않았지만, 닷컴버블과 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예금과 대출의 간격이 커지기 시작했다. 왜? 미국이 양적 완화로 시중에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시중의 돈은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예금에도 들어갔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대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는 금액들도 예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나라 기준 예금자 보호 한도는 5000만원으로 2001년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왔다. 예금액 4000만원인 사람은 아무리 은행 파산 위험성을 들어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3억을 예금한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언제든지 돈을 인출하려고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화폐가치는 하락했고 시중의 돈은 많아졌는데 예금자 보호 한도는 그대로니 시간이 흐르며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는 금액이 많아졌다. 뱅크런에 벌벌 떠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

미 연준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은행들에게 현금을 마련해두라고 했다. 5%의 금리로 미국 국채 담보 대출을 해주면서 말이다. 뱅크런에 대비해야할 미국 지방은행들은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렸지만 이자는 공짜가 아니다. 이 돈 가지고 대출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돈을 쥐고 있으며 꾸준히 이자를 내야한다.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주가에 반영된다. 주가에 반영되면 사람들은 또 뱅크런을 두려워하며 인출 러시가 이어진다. 아주 큰 딜레마다

→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

결국 이를 해결하려면 예금액 전액이 보호받는다고 안심시켜야하는데, 미 정부는 이제 전액을 보호할 돈이 없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도 불황으로 돈이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한도를 올려야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전 미 연준 부의장 랜들 퀄스는 사람들의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만든 법인 통장만이라도 예금자 보호 한도를 집중적으로 높여서 파산의 여파가 퍼지지 않도록 막자고 주장한다. 파산으로 사람들이 월급까지 못 받으면 사회적 파장이 엄청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예금자 보호 한도에 관한 논의가 끝나지 않는 이상 미국 지방은행은 구조적 문제 때문에 꾸준히 파산 리스크를 안고있게 된다.

→ 미국 은행 파산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이것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제 코로나 1만명이 더이상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처럼, 최근 은행들의 파산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은행 파산이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인지하기 시작한 듯 말이다.

결론적으로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큰 틀에서 미국 지방은행은 여전히 파산 리스크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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